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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부터 시작! 자취생 아들과 엄마의 서울 하루 데이트 이야기

by universe100 2025. 6. 14.

KTX 타고 서울역에 도착한 엄마와 자취하는 아들이 함께 보낸 하루. 서울 속 여유로운 산책 코스, 엄마와 즐기기 좋은 맛집, 감동적인 하루 데이트 코스를 직접 다녀온 경험을 바탕으로 소개합니다.

엄마와 아들이 함께 덕수궁 돌담길을 걷는 모습

1. 서울역에서 만난 엄마, 따뜻한 하루의 시작

부산에서 KTX를 타고 서울로 올라오신 엄마를 서울역에서 마주한 순간, 괜히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타지 생활 몇 년 째지만 여전히 엄마 얼굴을 보면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집니다. 멀리서 일부러 올라오신 엄마와 어떻게 보내면 좋을까 고민했지만, 결국 제가 평소 좋아하고 엄마가 좋아할 만한 곳들을 중심으로 하루 일정을 짰습니다.

첫 목적지는 서울역 바로 옆에 있는 '문화역서울 284'였습니다. 옛 서울역 건물을 개조한 복합문화공간인데, 전시와 공간 자체가 주는 분위기가 참 독특하고 멋스러웠습니다. 역사적인 건물의 구조와 현대적인 예술이 공존하는 모습에 엄마도 한참을 둘러보시며 감탄하셨습니다. 그동안은 늘 지나치기만 했었는데 직접 들어가 보니, 바쁘게만 느껴졌던 서울 한복판에서 이렇게 조용하고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 있어 좋았습니다.

제가 방문했을 때는 서울역 개장 100주년을 맞이하여 전국 각지의 생활 문화 브랜드들이 지역별로 나뉘어 전시를 하고 있었습니다. 전시 물품 일부는 팝업 스토어에서 직접 판매되었는데, 엄마가 장항선에서 전시 중인 친환경 수세미를 마음에 들어 하셔서 두 개를 사서 하나씩 나눠 가졌습니다. 커플템이라며 아이처럼 좋아하시는 엄마를 보니, 저도 괜히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엄마와 함께 둘러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웠고, 데이트 첫 코스로 만족스러운 시작이었습니다.

2. 점심은 북촌에서, 골목길을 따라 걷다

서울 도심 속에서도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북촌한옥마을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친구분께서 추천하셨다며, 엄마가 꼭 가보고 싶어 하셨던 곳이었습니다. 삼청동에서 북촌으로 이어지는 골목길은 엄마와 함께 걷기에 딱 좋은 코스였습니다. 짧지만 오르락내리락하는 길들이 많아 운동도 되고, 곳곳의 한옥 풍경과 예쁜 공방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저는 예전에 여러 번 다녀왔던 길이라 익숙했지만, 엄마는 처음이라 그런지 눈을 반짝이며 감탄하셨습니다.

점심은 삼청동 초입에 있는 '편안한 집'이라는 한정식집에서 먹었습니다. 자극적이지 않고 정갈한 반찬들이 나오는 집인데, 엄마 입맛에도 잘 맞았고 깔끔한 분위기 덕분에 식사 시간 내내 대화도 잘 이어졌습니다. 서울살이를 하며 바쁘다는 이유로 천천히 밥 먹을 시간이 많지 않았던 저에게도 오랜만에 여유로운 식사였습니다. 식사 후에는 북촌 8경 중 몇 곳을 함께 둘러봤습니다. '자작나무 이야기라는 골목 안 작은 찻집에서 차를 마시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엄마는 대추차를 드셨는데 몸이 따뜻해지는 느낌이라며 좋아하셨습니다. 자주 뵙지 못하는 엄마와 함께 하는 시간은 언제나 소중하고 감사하게 느껴집니다.

3. 오후는 덕수궁 돌담길과 정동길 산책

북촌을 나와 다시 도심 쪽으로 이동해 덕수궁 돌담길을 걸었습니다. 계절마다 분위기가 바뀌는 이 길은 엄마와 함께 걷고 싶었던 산책 코스 중 하나였습니다. 나무 그늘이 시원하게 드리우는 돌담길을 따라 걸으며 오래전 추억도 나누고, 현재의 이야기들도 자연스레 이어졌습니다. 도시 속에서 이렇게 차분한 길이 있다는 게 신기하다며 엄마가 무척 만족해하셨습니다. 엄마는 가을에 꼭 다시 와서 은행나무 단풍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덕수궁 돌담길은 '서울에서 가장 걷고 싶은 길'로 꼽힐 만큼 아름다워, 드라마와 영화의 촬영지로도 자주 등장합니다. 정동길 주변에는 구 러시아 공사관, 중명전 같은 근대문화유산이 남아 있어 산책하며 자연스럽게 역사 탐방도 할 수 있습니다.

정동길 쪽으로 방향을 틀어 서울시립미술관도 잠깐 들렀습니다. 일부 전시는 무료로 관람할 수 있어 부담 없이 들르기 좋았습니다. 전시 내용을 꼼꼼히 보지 않더라도, 조용하고 시원한 공간에서 잠시 머무르는 것만으로도 기분 전환이 되었습니다. 미술관 옆의 작은 공원에서 잠시 벤치에 앉아 서울 하늘을 올려다보며, 바쁜 일상 속에서 이런 여유를 자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엄마와 함께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4. 저녁은 남산 아래에서, 하루를 마무리하며

저녁은 남산 아래 후암동 쪽에서 해결했습니다. 자취하면서 종종 찾았던 '여기래'라는 가정식 밥집인데, 엄마에게 꼭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반찬 하나하나 정성껏 만든 집밥 느낌이 나서 엄마도 만족스러워하셨습니다. 엄마 밥이 생각날 때마다 찾은 집이라고 말씀드리니 뭉클해하셨습니다. 해물 된장찌개와 제육 쌈밥을 먹었는데 무겁지 않은 메뉴라 하루 종일 걸은 몸에도 부담이 없어 좋았습니다. 저와 엄마는 음식 취향까지 닮아 거창한 레스토랑의 특별한 음식보다도 이런 소박하지만 정겨운 음식을 더 좋아합니다.

후암동은 남산 자락에 자리 잡은 조용한 동네로, 걷다 보면 오래된 주택과 트렌디한 가게들이 어우러져 독특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식사 후에는 서울역까지 걸어 내려가며 야경을 잠시 감상했습니다. 서울 타워가 어스름하게 빛나고, 거리의 불빛들이 하나둘 켜지는 저녁 무렵의 분위기가 참 좋았습니다. 낮부터 함께했던 하루가 생각보다 꽉 차 있었고, 엄마도 저도 한 번씩 웃으며 "좋았다."라고 말했습니다. 스마트폰 걸음수를 확인해 보니 만 오천보나 걸었는데, 엄마는 하나도 힘들지 않은 하루였다고 하셨습니다. 그만큼 매 순간이 값지고 소중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자취하면서 혼자 보내는 날이 익숙했지만, 오늘처럼 누군가와 하루를 함께 보내는 것도 참 좋다는 걸 새삼 느꼈습니다.

결론: 엄마와 보내는 하루, 서울이 더 따뜻해지는 시간

자취 중 엄마와 함께한 하루는 단순한 데이트가 아닌, 서로의 삶을 이해하고 위로받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서울은 바쁘고 정신없는 도시이지만, 그 속에서도 천천히 걸을 수 있는 길과 엄마와 나눌 수 있는 따뜻한 식사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이 글을 읽는 자취생 분들도, 바쁘다는 이유로 부모님과의 시간을 미루고 있다면 이번 주말 하루만이라도 함께 보내보시길 권합니다. 어디를 가서 뭘 해야 할지 고민이시라면 이 글을 참고해 그대로 따라가 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서울에는 생각보다 걷고, 보고, 즐기고, 먹거리까지 풍부한 좋은 곳이 많습니다. 앞으로도 엄마와 데이트를 하게 되면 추천 코스를 블로그에 공유하도록 하겠습니다. 서울에서의 하루가 가족 간의 거리까지 줄여줄 수 있다는 걸, 저 역시 직접 경험했으니까요.